▏Age ▕ 24
▏Physique▕ 178 cm ‧ 58 kg
▏Theme▕ 6A5543
나하트로제 직후에는 이단자 가문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만 했으나 레기나 몬티움의 일부 귀족들은 계약 보증인으로 칼데론을 택한 자신들의 안목을 스스로 부정해 채신을 깎아 먹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소수의 유력 가문의 비호 아래 칼데론 남작가는 큰 쇠락을 보이지 않으며 이미 보증하에 있던 계약을 제하고 은밀하고 더러운 물밑 계약을 다수 중계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 이런, 조금 더 고상히 짖어야지요. ❞
얼굴 윤곽부터 이목구비 하나하나 미려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조화롭다는 말에는 열 명 중의 다섯 정도만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마주한 자는 열이면 열 모두 입을 다문다. 휘어진 눈과 짓궂은 웃음, 여러 군데 조응하지 않는 이목구비의 이모저모와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눈, 장갑 아래 완벽히 가려진 살갗 역시 의문을 속살거려 괜스레 두어 번 돌아보게 만드는 미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외형 멈춘 나이 고작 열 여섯에 불과한 터라, 자세히 뜯어볼수록 그저 손위 형제의 옷을 훔쳐다 입은 어린애처럼 보이니 그 또래에게 어울리는 평범한 다정함과 순진함 사이를 넘나드는 것도 당연지사.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렇다.
늘 끼고 다니던 은반지를 썩 화려하지 않은 묵주 팔찌가 대체한 이후로는 새 장신구를 마련하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두 해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옷은 이주 전쯤 새로 구한 것인데, 맞춘 듯이 몸에 꼭 맞을 뿐더러 질 좋은 부츠까지 함께 얻어 멀끔한 외양이 되었다. 직접 피워낸 장미꽃은 그리운 이를 위한 재회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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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1797
나하트로제 직후에는 이단자 가문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만 했으나 레기나 몬티움의 일부 귀족들은 계약 보증인으로 칼데론을 택한 자신들의 안목을 스스로 부정해 채신을 깎아 먹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소수의 유력 가문의 비호 아래 칼데론 남작가는 큰 쇠락을 보이지 않으며 이미 보증하에 있던 계약을 제하고 은밀하고 더러운 물밑 계약을 다수 중계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여섯 해 전부터 칼데론의 맏이가 광인이 되어버렸다는 소문이 돌기 이전까지는 그러했는데, 때문에 현재는 유명무실한 작위와 감히 갚지도 못할 정도의 빚만이 남아 완전히 몰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문의 방계와 휘하 가신, 관할하던 땅의 무고한 농민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으며 칼데론 내외 또한 저택에 침입한 하울러에 의해 타계했다. 얼마 전 장녀 실비아 또한 유명을 달리한 탓에 전대 남작 아래로는 완전히 대가 끊겼다.
칼데론 남작가는 레기나 몬티움, 화려한 저택들이 밀집한 중심부에서 한 발 떨어진 외곽 구역에 거점을 둔 가문으로, 도시의 가장 화려한 전면에 서는 대신 권력과 부가 오가는 경로를 관리하는 위치를 택해왔다. 레기나 몬티움이 귀족 사회의 심장이라면, 칼데론은 그 심장의 박동을 기록하는 존재에 가깝다. 완벽히 정돈된 질서의 도시, 레기나 몬티움. 칼데론은 이 도시의 진짜 본질이 겉이 아니라 문서 속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문의 주된 사업은 귀족 및 부유 상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자산 관리와 문서 보관이다. 토지 임대 계약, 혼인에 따른 재산 분배, 상속 조건, 공동 투자 약정 등 분쟁의 소지가 있는 사안들을 문서화하고, 이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정치적 견해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으며, 계약의 성립과 이행 여부만을 다룬다. 그 결과 칼데론은 사교계에서 냉정하지만 신뢰 가능한 가문으로 통하게 되었다. 레기나 몬티움의 귀족들은 칼데론을 불편해하면서도 필요로 한다. 이 가문이 개입하는 순간, 모호한 관계는 명문화되고 애매한 호의는 조항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어려서부터 숫자와 기록에 익숙해지도록 교육받는다. 토지 면적, 수익률, 계약 기간 같은 실무적 지식이 우선되지만, 가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외교, 교육, 학문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또한 가문의 영향력을 넓히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Bloodline ‧ 진영
선사받은 것은 【네비로스】의 힘. 그러나 범람하는 자연의 능력은 반항하는 인간들을 제압하거나 장미 무더기 속에 시체를 묻는 일에만 사용하는 듯하다. 그는 첫 생에서 익힌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전투 방식만을 알고 있으며 무기를 쓰는 일에 썩 익숙하지 못하다. 그 때문에 카니발 또한 자연히 무기로의 활용도가 낮으나, 부족한 지점은 나이트워커 특유의 힘을 통해 체술로 보강한다.
대규모 학살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필요 이상의 살육일뿐더러 성가신 추적자들을 불러들일 뿐이므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먹잇감이 될 만한 소수만을 상대하는 편을 선호하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혈액만을 필요에 따라 섭취해 왔다.
Changes ‧ 변화
세상사에 조금이라도 귀를 열어둔 ‘당신’, 반드시 알게 된다. 레기나 몬티움의 깊은 어둠 속에서 가련한 인간들의 목숨줄을 쥔 한 채권자를, 이름 모를 독초를 한 아름 안은 채 기꺼이 부름에 응하는 어느 계약자를.
또한 듣는다. 반평생을 불치병에 시달리던 오자카르쿠 자작의 장손이 하루아침에 숨을 거둔 사건을. 감당할 수 없는 빚에 시달리던 레이디 크로디티어가 어느 날부터 정체불명의 약물에 취한 채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평생을 눈먼 채 살았던 카르프 자작의 눈이 하루아침에 트였다는 소문을.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악귀 앞에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애원한 것이다. “내게 남은 것은 고통뿐이오.”
그러면 상대는 더 없이 해맑게 웃으며 ‘작은 생명 하나’를 해소의 대가로 요구한다. 바라는 건 고작 그것 하나다. 그 이상의 개입은 없다. 농락하고 비웃을 법도 한데도 조용히 응하며 부질없는 요구를 한없이 긍정할 뿐이다.
한 번의 흡혈, 한 차례의 구사일생, 한 사람분의 목숨, 고작 수 분 전에 태어난 피붙이 하나 … 정확히 무엇이 대가일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에 지불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계약이 이루어지고 나면 언제 그것이 이행될지 모르는 당사자는 매분 매초를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애초에 그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긴 했는가? 그 모든 게 일시적인 환각에 불과함을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지레 겁을 먹고 계약을 망설이는 이에게는 사탕 발린 말을 마구잡이로 꺼낸다. “ 네 앞에서 그럴 일은 없어 … ” 불순함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과연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걸까. 악귀와의 계약은 결코 뭇 사람들 앞에서 떳떳히 꺼낼 이야기가 아니므로 인류의 편에 선 ‘당신’은 끈질긴 취조 끝에서야 그 채권자의 이름을 듣는다. ‘블레어!’
물론, 어쩔 수 없이, 예정대로. 흥미로운 계약자는 자꾸만 죽어나갔으므로 실베리오에게 만족감을 주는 존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적어졌다. 이유는 애당초 무얼 담아낼 그릇도 작고 투명할뿐더러, 확 질렸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질려버린 존재가 너무나도 많기에 … 선량한 이들에게는 관심 두지 않으나 악인에게는 제법 관심이 많다.
악인과 무질서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라면 일단 고개를 들이밀고 보는 악의 추종자. 배곯다가 빵 한 조각 겨우 훔친 좀도둑부터 시작해 사람 여럿 죽인 살인마까지 기어이 찾아가 관심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잔뜩 신이 나서는 말 몇 마디 섞는다. 때에 따라서 악독한 인간들에게는 한정적이기는 해도 약간의 관용(처럼 보이는 것)을 베풀기도 하니 그 성격을 알 만 하다. 하지만 끝내 친우가 되지는 않는다.
세이크리드 워 발발 당시 참전하였으며 사상자를 발생시키지는 않았으나 루나 시커 둘을 단신으로 상대하여 중상을 입혔다. 그 외에는 루나 시커로서는 어느 정도 수복 가능한 수준의 피해였다.
휘하에 두어 사역한 하울러가 하나 있다. 전대 칼데론 남작 내외가 살해당할 당시 현장에 있던 것을 인도했으며 참살의 범인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애칭은 ‘시시(Sisi)’, 그의 본명과는 아무 관련 없다. 그 외의 것들에게는 몇 차례 명령 내린 적은 있으나 사역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Personality ‧ 성격
▸ 유리된 행복
❝ 밤거리는 오늘도 보기 좋은 모습이네요. 뭐라더라, ‘낭만적?’ ❞
불멸의 흔한 특성 중 하나는 유한한 것들에 대한 집착이라는데, 그는 도저히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 같은 존재로 보인다. 인내와 해탈을 통한 불세출의 비범한 인물이란 것은 결단코 아니나 순간의 흡혈 충동, 그리고 친근한 이들에 대한 몇몇 호기심을 제하면 그 무엇에 대한 집착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물질적인 것들―저 자신이 속한 곳, 소유한 것, 혹은 처한 상황에 대한 미련을 진작 버렸으며 늘 사소한 일로도 행복을 느낀다. 영원에 가까운 실베리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하루치의 자잘한 행복들뿐이다.
▸ 의태된 이해
❝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만 … ❞
한때 그는 누이의 무결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가혹했으나, 이제는 목적을 잃어 자학만이 남았다. 그가 내비치는 기쁨과 슬픔, 애정과 멸시는 사실 하나부터 열까지 누이의 것을 섬세하게 흉내 내고 통제하여 직조한 것이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세심하게 조절된 쪽이 진실되었다고 믿고, 그마저도 대놓고 표출하지 않는다. 어떤 의지를 빼앗긴 경험 이후 그렇게 되었음이 정확할 것이다. (본인은 죽어라 부정할 테지만.)
▸ 계산된 불가침
❝ 선만 지킨다면야, 뜻대로 하세요. ❞
친근한 이들 대개가 느끼는 바가 있다. 실베리오는 결코 고결한 이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실제 생각이 어떠하든 간에 모두에게 특별한 선의도 악의도 내비치지 않는 편을 선호했다. 매정함과는 궤를 달리하는 일종의 존중이고, 더해서 괜한 벌집을 들쑤시고 싶지 않은 아집인 셈이다. 속내 내비치는 이에게는 전부를, 감추려는 이에게는 무엇도 보여주지 않으니, 그의 내면이란 매끈한 거울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일부만이 눈치챈 사실이 하나. 계산적인 이 악마, 악귀, 인류의 배반자! 간혹 속이 투명하다. 소심하기 그지없다 ……
Extra ‧ 기타사항
칼데론
이별 후 약 두 해의 시간이 흐르면 당신은 어느 광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악마가 그 애를 데려갔어.” 실비아 블레어 칼데론, 작고한 전대 남작의 뒤를 이은 베르만―그 이름조차 흐릿한 실베리오의 먼 친척이자 다음 작위 승계자―의 부인 되는 여인은 밤마다 루비 반지와 공단 드레스를 모두 내던진 채 광인처럼 레기나 몬티움의 거리를 기어다니며 외쳤다. “악마가 내 동생을 채간 거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저 여자는 완전히 미쳤어. 베르만은 혹여 아내의 곁에 불길한 존재가 나타날까 싶어, 루나 시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저택 내외의 경비 또한 늘렸다. 그 사이 실비아 칼데론은 거동조차 어려운 몸으로 바닥에 흐트러진 붉은 장미꽃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 내 모든 무결함은, 숭고함은, 사랑과 행복은 너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했잖아. 감히 이해를 바라지 않았어, 네 눈에 담긴 혼란을 알았어. 그럼에도 너무나 소중해서 그조차 받아들였던 거야. ‘아, 그래. 그렇구나. 그 애가 내 가장 소중한 것이어서. 그래서 가져간 거야, 내게서! …’
골든 버치에서 이루어진 ‘우리’의 재회로부터 불과 열 나흘 전, 칼데론의 맏이는 레기나 몬티움의 한 거리에서 처참하게 목이 뜯긴 채 발견된다.
꿈에서 내내 그리던 손을 잡아보지도 못한 채로.
블레어
누이의 피 섞인 절규 덕인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떠나는 법이 없었으므로 이름을 단 한 글자도 잃지 않았다. 미들네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흔한 이름이기도 했으므로 생면부지의 타인 앞에서는 앞뒤를 모두 자르고 자신을 ‘블레어’로 소개하지만, 친밀한 이들에게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한다는 개인적인 기대 외에는 어떤 호칭이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레기나 몬티움 외곽의 폐건물 두어 개를 돌아가며 거처로 사용하며 활동 구역은 레기나 몬티움의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루나 시커의 추격이 붙거나 은제 무기를 든 학우가 찾아오면 끝내는 내쫓길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언젠가는 돌아왔다. 다 쓰러져가는 건물은 옛적에는 학당으로 쓰였던 모양인지 보기보다 내부가 넓었고, 널찍한 방 대여섯 개를 두고도 실베리오는 그중 가장 작고 협소한 공간 하나만을 골라 사용해 왔다.
생활 구역은 놀라울 정도로 텅 비어 있는 편. 고대의 사술 따위가(이쯤 되면 '당신'은 이게 제대로 무얼 시도해볼 만한 지식을 건네줄 정도의 책이 아니란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적혀있을 고서는 목제 책상 하단의 작은 상자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며 좀처럼 다섯 권 이상을 넘기는 일이 없다. 휴식은 어디에서 취하는 건지, 취미 생활이 있기나 한 건지 의아해지지만 어떤 물건이라도 있을 때는 있었고 없을 때는 없었으므로 생활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8년간 나이트워커와 그를 따르는 하울러 모두에게 꾸준히 연락하고 교류를 시도하는 편이었으나 본인의 거처까지 데려오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단침입의 경우 … 한숨 푹푹 내쉬며 받아주었다. 반면 루나 시커 측의 경우 이전의 ‘약속’ 운운하며 그 앞에 돌연 나타나거나 발각당한 적은 있으나 선뜻 연락하지는 않았다. 먼저 청해오는 부름에는 반드시 응했으나 그 끝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아래는 그를 레기나 몬티움 변두리의 ‘거처’에서 발견한 이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각성 직후 몇 년 간은 그의 거처에서 각종 고서와 불길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 점성술 표, 펜듈럼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문에는 주술과 마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데, 그저 낡은 책 몇 권 뒤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할 수 있는 행위는 전무하다. 퍼스트 블러드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대부분을 알게 되었을 뿐.
식사과 유희를 위해 매일 밤거리로 향하나 13기 학우들이 근방에 왔을 때를 제하면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하루 활개를 쳤으면 외출을 자제하고 이틀은 최대한 쉬는 편.
기타
좋아하는 것, 딱히 없다. 길가의 꽃을 꺾어다 주어도 기뻐할 것이다.
싫어하는 것, 이유 없는 친애. 무엇이라도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실은 뜨거운 것, 차가운 것, 따끔따끔하거나 흐릿한 것 … 직접 겪는 일이 아니라 해도 무섭다. 하지만 불타죽거나 얼어죽거나 독을 마셔 죽거나 안개 속에서 길 잃는 한이 있더라도―그럴 일 없지만―싫단 말을 대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절대로.)
유일한 소지품은 올리브를 문 비둘기 형상이 음각으로 새겨진 회중시계. 머리장식으로나 쓸 흰 레이스, 뒤집힌 채 반토막이 난 로자리오와 끊어진 묵주 팔찌를 차례로 잃어버린 후 아직까지 멀쩡하게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안쪽에 여호수아 1장 9절이 적힌, 어울리지도 않는 그 물건을 정말 지치지도 않나 싶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확인한다. 이제는 습관을 넘은 강박이 아닐까 싶을 정도. 초침이 정상적인 속도로 흐르는지 뚫어져라 보고 있는가 하면, 시계를 열지 않을 때조차 환청에 시달린다.
하울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말은 부드럽고 단정했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 자체가 드물었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실수를 벌하지 않았으며 명령 내리는 자로서 마땅한 책임을 지니 피로한 이가 없었다. 눈에 들면 얼마간 데리고 다니며 보호해주지만 그 중 각별히 여겨 사역의 대상으로 삼은 이는 하나 뿐이니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트워커의 경우 13기생이 대부분이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각기 나뉜다. 좋게 보면 순수한 한량, 나쁘게 보면 무능한 한량. 이러나저러나 한량인 건 변하지 않는다.
relationship ‧ 관계
▸ 체르네아 I. 엘리아데
❖ 잔광 속의 여음
완료된 이후에야 진전하는 약속이 있다. 목적이 유실되어 그 자체로 명목이 되어버린 언약이.
실베리오와 체르네아의 내기가 바로 그러했다. 그들을 이루는 세상이 뒤집히고 처해진 상황도 사정도 무용해졌을 때, 둘 사이에는 속삭이는 말로 주고 받았던 그 약속만이 남아있었다. 오로지 선명하게 빛바래지 않은 그것만이.
약속대로 실베리오는 체르네아에게 '전부'를 주었고, 체르네아는 실베리오에게 제 비탄을 엿볼 방 한 켠을 내주었다.
레기나 몬티움의 입실란티부터 베레로니카까지― 어떤 내향형 나이트워커가 자주 탈주하지만― 행적을 함께하며 지난하고 지루한 삶 중의 미약한 온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체르네아는 스스로를 좀먹던 증오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실베리오 또한 끝없이 흩어지기만 하던 자신의 삶에 되돌아올 좌표 하나를 남겨 둘 수 있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의 둘은 진짜 열여섯, 열일곱일 때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속에는 무수한 시험과 견딤, 유예와 수렴이 있었기에 둘의 관계는 여전하면서도 같지 않은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 나비게아 S. 로데아
❖ 종착의 안내자
1790년 후반, 레기나 몬티움에 나타난 나비게아에게 일전에 약속했던 대로 고향의 밤거리를 안내했다. 돌아다니는 동안 배고픔을 핑계로 그의 피를 얻어 마셨고, 길에서 마주친 인간을 처리하기도 했다. 찬란하도록 껄끄러운 눈동자가 문제라면 잠시 부탁 아닌 부탁을 건네 두면 될 일이었다. (지금이라면 꿈도 못 꿀 이야기다.) 이 모든 괴악한 짓을 저지르는 내내, 실은 안내가 끝나는 즉시 해칠 작정을 했었는데 … 과연 신의 대리자께서는 그 마음마저 단번에 눈치챈 모양이다.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와 적대의 기색을 인지한다. 밤거리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둘은 완전히 다른 여로를 걷게 되었다.
▸ 클라라 로즈노바누
❖ 난 아직도 진심인데.
재학 시절 주고받은 약속을 잊지 않았으니 여전한 진심의 대상이다. 다만 다정이나 존중과는 심히 거리가 멀어, 제 방식대로 시험하여 끝내 무너뜨리고자 할 뿐. 1789년의 사건은 그 잔혹한 심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때였다. 이전의 약속을 미끼 삼아 포르투나 마리스의 한 여객선으로 불러내서는 클라라의 동행인 ‘마리아’를 포함해 두어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에는 네 차례니까.’ 그리고 두 해를 지나, 예고대로 다시 나타난 후에는 그간 차곡차곡 쌓아왔을 울분 쏟아내는 이를 앞에 두고도 그저 목이 말랐던 나머지―듣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기어이 살갗 위로 이를 박아 넣었다. 이후 더 이상 저와 놀아줄 기력이 없어 보이는 이를 농락하듯 책망한 후에는, 모든 책임을 돌린 채 떠나버렸지만 … 아직, 놀이가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로웬하르트 U. 드 몽클레어
❖ 여우비
시작을 말하자면 비 맞은 생쥐 꼴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을 말하자면 레기나 몬티움의 제 거처에서 종종―실은 꽤 자주―재워준 것이고, 그다음은 어디 쓸 곳도 없는 눈먼 돈을 퍼다 준 것이고, 또 그런 후의 다음은 … 을 반복하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정말 싫었으면 ‘시시’처럼 실내에는 발도 못 들이게 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밀어내는 편이 더 옳았다. 타자는 늘 쉽게 변하고, 또 금방 마음을 바꾸고, 고양이보다도 더 변덕스러우니까. 그렇지만 가끔 내밀어주는 잡동사니가 나쁘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제멋대로 쏟아내거나 특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일단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제일 편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말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성급히 채근하는 일 없으니 그를 대하는 태도는 늘 단정하다.
▸ 세자르 드라고미르
❖ 여집합
레기나 몬티움에서 유유자적 계약을 이어가던 중, 누군가에게 꼬리를 밟혔다고 느꼈던 순간에 그는 제 멱을 붙잡고 있었다. 이후의 제 대처는 꽤 적절했다고 자부한다. 턱을 벌려 환각제를 쏟아 넣고 흡혈까지 시도하려던 차에, 동료들이 오기 전 도망쳤으니. (하나, 명징한 판단이 요구되니까.) 이후로는 미하이를, 마리아를, 라슬로를, 온 드라고미르 영지를 절망케 한 원흉의 도주를 도왔다. (둘, 앞선 약속을 지키는 편이 옳으니까.) 뒤이은 세이크리드 워에서 마주한 세자르는 가히 전사가 되어 있었다. 투쟁하는 자, 싸우는 자, 굽히지 않는 자. 그리고 전쟁터에 두 발 딛고 서 있는 자! 참으로 가슴 뛰는 모습이 아닌가. 때문에 그를 대적하는 자로서는 제법 온 힘을 다했으나 … (셋, 전력을 다하는 편이 정정당당하니까.) 동료 루나 시커가 몰려드는 것을 보고는 경상만을 입히고 퇴각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현명하게 움직이는 거래도요.’ 그렇게 허공에 대고 힘껏 항변해 보아도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여덟 해 간 한순간도 내버리지 못한 시계는 오늘도 거울처럼 제 얼굴을 비출 뿐이다.
School de Tenebrarum.
informs us that the town of Bexham hath, within a short space, has been visited by three several misfortunes, which have caused much uneasiness among the inhabitants.
Team Bloodlord Presents In Reverence to the Vampire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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